국내 문학상/공직문학상

제16회 공무원문예대전 당선작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로 2019. 5. 24.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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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상] 도깨비바늘 / 손성태


네게 줄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다


돌무더기의 틈새라도 비집고 살아온 나날

청석에 혀 내밀어 애써 틔운 꽃향기

지독하다, 농익은 천릿길

파장의 겨울 길목이 확확 타는 독주 한 잔

허방 짚어 휘청거리고, 갈지자로 걷는 노랑나비


노랑물 들였나 샛노란 꽃잎

바람 불어도 날지 않고

비 퍼부어도 떨어지지 않는 말라깽이

살구, 박주가리, 민들레 홑씨의 생존법은 사치

스스로 뿔을 갈아 독이 오른 바늘, 검다


스치는 건 무엇이든 턱, 물고 늘어져

멀리 아주 멀리 떨어져 가는

얻는 것이라곤 '도깨비'라는 진절머리

낭떠러지로 떨쳐지면 지는 대로

가끔은 나 모르는 너를 찔러

모래밭에 내린다


불모지는 나의 땅

노랗게 물들이다가 흔들리다가 말라버리는

검은 줄기 위에서 아직도 꿈꾸고 있는

저 지독한 드라이플라워







[은상] 바다가 있는 아파트 / 이상재


확성기 안 만선의 바다

소형화물차 밖으로 울려 퍼지는

생선장수 김씨의 우렁찬 목젖이

아파트 층층마다 닻을 내린다


선상 갑판을 뚫고 솟아올랐던

물 오른 고등어며 가자미들

힘겨운 사투로 새벽을 끌고 온

굽은 새우와 속 빈 꽃게들

모두 체면을 차리느라 곱게 누워

건장한 아침을 토해내고 있다


남편의 빛 보증처럼 위태로운 직장에서

밤새 한숨을 늘어놓았던 자식의 진로까지

거센 파도 속에 헝클어진 여인들

굳게 잠겨 있던 철문을 나선다

거품처럼 일어선 엉덩이가 출렁인다


이제 김씨의 팔뚝은 바다를 움켜 쥘 태세다

마지막 몸부림으로 굳어 있던 생선은

미끈한 몸통과 지느러미를 선뜻 줄 모양이다

생선장수 김씨의 칼날이 번뜩일 때마다

여인들이 물오른 생선처럼 몸을 세운다

몇몇은 에누리에 들뜬 생선의 머리를

값싸게 쳐내는 기쁨을 함께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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