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국민일보 신앙시 신춘문예 당선작
[우수상] 가죽성경 / 서김상규
하얀시트 위에 성경책이 누워있다
앙상한 뼈대를 덮은 가죽 표지에서
산소호흡기로 숨길을 열어 페이지를 펼친다
들숨 날숨이 자음 모음의 활자로
심전도 그래프에 말씀으로 엮인다
고된 생의 만년체로 살아나는 일대기
가난이 족보로 대물림된 땅뙈기에
가나안을 이루는 꿈을 일구었다
가뭄 들어 흙먼지가 날리는 황무지에
한 획 한 자 땀방울 틔운
초록 곡식을 문장으로 키워나갔다
어둠 속 행간에서 새날을 여는 언약으로
뼛속 시린 별빛으로 첫새벽을 깨웠다
햇살 의지로 힘살을 팽창시킨
충실한 노역 끝에 늦저녁을 맞았다
엣된 음절이 피톨로 여문 알곡을
황금률을 품은 경건한 기도로 거두었다
선한 양심을 양육하는 양식으로
가족들 생명 살림을 구원한 울림에
복음서로 넘겨지는 심전도의 모니터
가파른 세월 속에 등뼈가 굽은
심전도 그래프로 높새바람이 치닫는다
야윈 가슴을 십자가의 고통이 옥죄듯
가쁜 숨이 마지막 페이지를 연다
꺽은 선 그래프로 심장박동이 잦아들면서
푸른 지평선이 묵시록으로 닫힌다
주님 품에서 영혼으로 영면한 아버지
성경책으로 장정된 관 속에 든다
[당선소감] “한 점 일 획 극진히… 영광 올리는 시 쓸 것”
십자가의 형벌처럼 혹독한 겨울에서 부활하는 봄날이다. 모든 나무들이 흉터를 간직한 옹이는 예수님 손바닥에 박힌 못 자국이다. 그래서 나무는 십자가의 형상을 띠고 있지 않은가. 나무들에 수액이 올라와 새움을 틔우려 한다. 도마처럼 의심하여 거친 수피를 만져본다. 예수님의 음성이 손금으로 전해오는 듯 늘 시 한 편을 써놓고 믿음이 가지 않았던 불신을 감싸며 계시하는 그분의 목소리가 거룩하게 공명한다. ‘믿나이다’라는 심장 속 울림에 응답하듯 날아든 당선 소식. 한 점 일 획을 극진히 닦아 예수님께 영광을 올리는 신앙시를 쓸 것을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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