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문학상/월명문학상

제15회 월명문학상 당선작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로 2018. 10. 29. 02:08
728x90

 

그 집 앞 / 손은조

 

별을 와락 끌어안은 집

능소화 핀 대문 틈으로

밤마다 흐드러지던 집

박하분 뽀야니

물봉선 같은 입술로

너는 나를 갈무리했다

네 발굽 꼭꼭 찍어

너에게로 간다

그는 고삐를 놓아 버렸다

말다래에 풀잎이 이지러진다

추상 같던 맹세

한 잔 술에 허물어버린

바람벽의 주인을 싣고

너에게로 간다

별이 울고

이우는 별에 밤이 얽어진다

천관녀야 천관녀야

내 목에 속아나는 선혈이

네 그림자 깍지 끼고 강물로 흘러도

그 집 앞에 치닫는 마음은

천년을 꼬박 한자리

오늘도 검붉은 봉오리로 돋아나는

길고 긴 내 모가지

 

 

 

15회 월명문학상 심사평

 

 

 

본심에서 마지막까지 남은 작품은 2, 목어, 토우, , 연뿌리에 지난 바람이 다시 지나간다, 하심, 탑곡에서, 그 집 앞 8편이었다.

2 목어는 힘이 있는 작품이다. 다만 시를 표현하려는 의욕이 앞서다 보니, 말의 함축과 울림이 얕아지는 흠이 있었다. 때로는 과감하게 언어를 잘라내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알았으면 한다. 토우의 전반부는 신선하게 잘 읽혔다. 그러나 오호라 신생의 축복이로세”, “도리천이 어디메냐에서 보이는 설익은 표현과 정해진 방향성의 노출이 아쉬웠다. 은 김알지의 탄생 신화를 무리 없이 시화하고 있어 눈길이 갔다. 그러나 변태를 한다 부분의 시적 긴장이 아쉬웠다.

연뿌리에 지난 갈바람이 다시 지나간다하심을 투고한 사람과 탑곡에서 그 집 앞을 투고한 사람 사이에서 오래 망설였다. 언어를 갈무리하는 솜씨가 있는 사람들이어서 어느 하나를 버리기가 쉽지 않았다. 하심은 마른 나물을 파는 할머니 이야기인데, 할머니와 자연이 잡아당기는 절묘한 중력이 있었으나 잠결에 낀 등산화 앞부리 부분의 가독성이 아쉬웠다. 탑곡에서는 유머가 적절히 스며있어 시적 긴장을 높이지만 떠꺼머리 나무꾼이 업고 가버렸네라고 단정하는 부분에서 화자의 개입이 작품에 흠을 내고 있었다. 연뿌리에 지난 갈바람이 다시 지나간다 연뿌리를 지나간 바람이 흙, , , 꿈의 껍질, 이별, 질문과 대답 등 무수한 파문을 만든다는 오밀조밀한 상상력의 짜임으로 완성도를 높인 작품이다. 그 집 앞은 화자가 김유신의 말()이다. 시는 이런 부분에서 선명한 개성을 띤다. 언어도 힘 있고 성큼성큼 문장의 뜻도 깊고 야무지다. 특히 천년을 꼬박 한자리/오늘도 검붉은 봉오리로 돋아나는/길고 긴 내 모가지라는 결구가 돌올하다.

오랜 고민 끝에 가독성과 월명문학상의 성격에 더 부합한다는 판단 하에 그 집 앞을 당선작으로 결정하였다. 응모자 여러분의 정진을 기원한다.

 

심사

이임수 전 동국대핚교 국문학과 교수

김광희 (시인, 2006년 전북도민일보 신춘 시 당선, 2016 농민신문 신춘 시조 당선)

손진은 (시인, 8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등단, 경주대 문창과 교수)심사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