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문학상/시마을문학상

제13회 시마을문학상 당선작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로 2018. 7. 16.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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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꼭지 없는 데스크 / 양우정

 

9시 뉴스가 사라졌다

사라진 탁자의 단면과 아이들이 사라진 거리와

이불 속 사라진 역사를

앵커는 가장 진보적이라 했다

새로운 것과 익숙한 것 사이 삼킬 것을 고르는 일은

친구 같은 낯선 사람을 고르거나

시민권자의 얼굴 중 가죽 벨트 구멍이 가장 많은

내부제보자를 물색하는 일 일지 모른다

다중의 몽타주를 읽는다는 것

불빛 하나만으로

깜깜한 터널을 더듬어 가는 것은 아닌지

절망과 희망의 구호를 친숙한 놀라움이라던

물음 없는 누드크로키의 데스크

봉쇄된 의뭉한 눈속임의 뒷말을 피할 수 있을까

하루의 꼭지였을

진실이 묻힌 단독 인터뷰는

방송에 앉지 못하고

사라진 기사를 사지 않겠느냐는 암표상이

불쑥불쑥 소매를 잡아끌며

잠입취재를 시작하는 사이

언제나처럼 틀어진 계획의 비명들은

특종이라는 실시간 뉴스로

엉키고 치렁거리는 거리로 흘러나오고 있다

 

익명의 제보와 소문이

반항적인 저녁을 조금씩 지혈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