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문학상/계명문화상(계명대)
제35회 계명문화상 당선작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로
2018. 7. 15.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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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싸움 / 황익순
서로가 낭떠러지다
눈앞이 절벽이라
흰자위 가득
거센 돌풍이 불어닥친다
떨리는 뒷다리 오금까지 고기압이 진동한다
온몸을 다해 전진하지만 뒤로 미끄러질 뿐이다
머리 가득 느껴지는 체중에 사방을 볼 수도 없다
가쁜 숨결로 짠 조수가 밀려온다
늑골이 혈액에 휩쓸린다
폐부로 높새바람이 세차게 치밀어오른다
분신의 격투
두개골이 폐석 더미를 박는다
탄광으로 폭음이 터진다
절벽이 충돌한다
정월이 수평선으로 떨어진다
힘껏 내리친 도끼가 두꺼운 나무를 두 쪽으로 팬다
뜨거운 아스팔트로 굉음이 달려나간다
불타오르는 숲, 이제
멀어버린 두 귀와 속으로
붉은 피를 피리로 휘몰아가는 소리
두 마리의 머리
살갗으로 뼈가 튀어나온다
두 눈이
겁으로 가득 한
우물이 된다
복받친다
열점의 숨결과 빙점의 공포가 자기장을 일으킨다
해골과 해골이 부딪친다
비명이 비명으로 부딪친다
폐가 부풀어 올라 자꾸만 피멍을 친다
두 마리 동시에 몸을 빼고
체중을 실어 힘껏 상대를 찍을 때
뿔이 깨지는 소리
두 뿔이 깨지는 소리
두 마리의 두 뿔이 네 개의 뿔이 되고
여덟 개의 뿔이 되어
서로를 박는다
박는데도
박히지 않는다
밀려나지 않는다 바로 눈앞의
벼랑을 향해 서로
떠밀지 못하고
떨어지지도 못한다
절대
절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