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문학상/한국방송대문학상

제39회 방송대문학상 당선작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로 2017. 11. 3. 21:15
728x90

 

그리움이 끓어 오른다 / 문현숙

 

하루 종일 비가 오고 바람이 불었다

이런 날 저녁이면

된장국을 끓이고 싶다

한결같은 마음닮은 뚝배기를 준비하고

밥 벌어먹고 사느라

정처 없이 떠돌았을 두 발을 씻겼다

그중, 왼쪽 정강이뼈 하나 뚝 떼어

뭉근하게 다싯물을 우려낸다

늙은 호박에 새겨진 주름처럼

당신 눈가 주름 두어줄

놀빛처럼 젖어들던 그윽한 눈빛 한 줌

머릿결 쓰다듬으며 세상 가장 예쁘다고 말하던

달착지근한 입술 반 모와

품에 안아 포근하게 데워주던

참갈비뼈, 그 중 삼 번과 사 번 두 대

당신 또한

내가 그리웠을 마음과

내 그리움이 조화롭게 어우러질 즈음

첫 만남, 두근대던 심장 통째로 넣고

나만의 손맛 비밀스레 꺼내

한 큰술 반 넉넉히 풀어 넣으니

뚝배기 속, 당신

보글보글 끓어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