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문학상/한국방송대문학상
제39회 방송대문학상 당선작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로
2017. 11. 3.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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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이 끓어 오른다 / 문현숙
하루 종일 비가 오고 바람이 불었다
이런 날 저녁이면
된장국을 끓이고 싶다
한결같은 마음닮은 뚝배기를 준비하고
밥 벌어먹고 사느라
정처 없이 떠돌았을 두 발을 씻겼다
그중, 왼쪽 정강이뼈 하나 뚝 떼어
뭉근하게 다싯물을 우려낸다
늙은 호박에 새겨진 주름처럼
당신 눈가 주름 두어줄
놀빛처럼 젖어들던 그윽한 눈빛 한 줌
머릿결 쓰다듬으며 세상 가장 예쁘다고 말하던
달착지근한 입술 반 모와
품에 안아 포근하게 데워주던
참갈비뼈, 그 중 삼 번과 사 번 두 대
당신 또한
내가 그리웠을 마음과
내 그리움이 조화롭게 어우러질 즈음
첫 만남, 두근대던 심장 통째로 넣고
나만의 손맛 비밀스레 꺼내
한 큰술 반 넉넉히 풀어 넣으니
뚝배기 속, 당신
보글보글 끓어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