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지작품상/열린시학상

제6회 열린시학상 수상작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로 2015. 12. 7. 0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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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화도 /

 

동안거를 끝냈는가

한 벌 옷이 외출을 하네

저당 잡힌 묵언수행과 가압류된 묵은 소유

한 덩이 달 반죽 속에 훌훌 날려 버린다

 

소몰이 창법으로 쏟아내는 들숨날숨은

팔천 가닥 자비면발을 실실이 뽑아낸 것

늪보다 어두운 숲길을 허기지게 걸어가네

귀를 끌어당기는

꿀벌 색 날갯짓의 처음과 끝 그 사이 길로

네발 달린 짐승이 되어 마침내 기어가서

들꽃 같은 세속의 말 담담히 베고 누워

몇 과 사리로 영근 나뭇잎 경전을 덮는다

 

어디쯤인가

빙하기 살찐 보름 한 입 베어 물고 잠이 들면

바깥을 닫은 거기서부터 벌써

묽다

 

* 천이화멸: 깊은 산 속으로 걸어 들어가다 쓰러져 나뭇잎을 긁어 덮는 고승의 죽음의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