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제3회 무궁화문학상 시부문 당선작] 김강인 조영기 조경화
[제3회 무궁화문학상 시부문 당선작] 김강인
금상
무궁화 편의점 / 김강인
길가의 무궁화가 오늘도 영업을 시작한다
가지런히 꽃잎 펼치고 기다리면
흥겹게 날아드는 벌 한 마리
노란 꽃가루 그득한 날개 맘껏 부빈다
이따금 찾아드는 구름 그림자
아슴아슴 가슴에 차오르면
말없이 향기를 거슬러 주기도 한다
무궁화편의점에는 바코드가 없다
가격표도 흥정도 없는 고요한 점포
무궁화의 계산법에는 등호가 없어서
언제나 덜 받고 더 주는 엉터리 영업이지만
따뜻한 엉터리야말로 편의점의 인기 상품
고였다 가는 바람을 전송할 때면
딸랑딸랑 종 소리 대신
꽃잎을 흔들어 주기도 한다
새들이 바닥을 쪼며 총총이다 고개를 갸웃갸웃
무궁화는 그 모습이 좋아 선뜻 그늘을 내어준다
이 편의점의 가장 빛나는 조명은 진심
착시현상 같은 건 전혀 없는 정직한 영업점
오늘 무궁화편의점이 새 행사를 시작한다
한 송이 행복과 한 줄기 여유를 묶어 합니다
잠시 당신의 눈길을 내게 머물게 한다면
아무것도 지불하지 않아도 좋답니다.
동상
무궁화 꽃 / 조영기
모시적삼같이 하얀
다섯 꽃잎들 중심에서
실핏줄 터지듯
붉은 피 배어 나와
그 옛날 나라 잃었던
민족의 슬픈 혼 달래듯이
붉게 꽃 피웠네
어질고 기품 있는
연분홍색 마음에
수줍음 붉게 묻어 있는
고운 겨레의 향기
삼천리강산에 수놓은 듯
아름다움, 정겨움
곱게 빛 발했네.
동상
우리는 / 조경화
신이 허락한 날마다
싱그러운 초록나무에
일편단심 분홍의 꽃잎이 열리고 있다
무궁 무궁한 무궁화
매일 매일 경이롭게 피고피는
이 땅에서 부지런하고 착하게
욕심껏 누리는 자유로움에 족하다
어떤 것에도 걸림 없이
무궁화 그늘에서 안식하며
늘 품어 주고 감싸 주는 여기서
흙으로 돌아가도
다시 또 살고지고
영원한 내 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