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문학상/무궁화문학상

[스크랩] [제3회 무궁화문학상 시부문 당선작] 김강인 조영기 조경화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로 2015. 1. 10.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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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회 무궁화문학상 시부문 당선작] 김강인

 

금상

무궁화 편의점 / 김강인

 

 

길가의 무궁화가 오늘도 영업을 시작한다

가지런히 꽃잎 펼치고 기다리면

흥겹게 날아드는 벌 한 마리

노란 꽃가루 그득한 날개 맘껏 부빈다

이따금 찾아드는 구름 그림자

아슴아슴 가슴에 차오르면

말없이 향기를 거슬러 주기도 한다

무궁화편의점에는 바코드가 없다

가격표도 흥정도 없는 고요한 점포

무궁화의 계산법에는 등호가 없어서

언제나 덜 받고 더 주는 엉터리 영업이지만

따뜻한 엉터리야말로 편의점의 인기 상품

고였다 가는 바람을 전송할 때면

딸랑딸랑 종 소리 대신

꽃잎을 흔들어 주기도 한다

새들이 바닥을 쪼며 총총이다 고개를 갸웃갸웃

 

무궁화는 그 모습이 좋아 선뜻 그늘을 내어준다

이 편의점의 가장 빛나는 조명은 진심

착시현상 같은 건 전혀 없는 정직한 영업점

오늘 무궁화편의점이 새 행사를 시작한다

한 송이 행복과 한 줄기 여유를 묶어 합니다

잠시 당신의 눈길을 내게 머물게 한다면

아무것도 지불하지 않아도 좋답니다.

 

 

 

 

동상

무궁화 꽃 / 조영기

 

 

모시적삼같이 하얀

다섯 꽃잎들 중심에서

실핏줄 터지듯

붉은 피 배어 나와

그 옛날 나라 잃었던

민족의 슬픈 혼 달래듯이

붉게 꽃 피웠네

 

어질고 기품 있는

연분홍색 마음에

수줍음 붉게 묻어 있는

고운 겨레의 향기

삼천리강산에 수놓은 듯

아름다움, 정겨움

곱게 빛 발했네.

 

 

 

 

동상

우리는 / 조경화

 

 

신이 허락한 날마다

싱그러운 초록나무에

일편단심 분홍의 꽃잎이 열리고 있다

무궁 무궁한 무궁화

매일 매일 경이롭게 피고피는

이 땅에서 부지런하고 착하게

욕심껏 누리는 자유로움에 족하다

어떤 것에도 걸림 없이

무궁화 그늘에서 안식하며

늘 품어 주고 감싸 주는 여기서

흙으로 돌아가도

다시 또 살고지고

영원한 내 나라.

 

 

 

 

출처 : 신춘문예공모나라
글쓴이 : copyzigi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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