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문학상/동서커피문학상
제12회 동서커피문학상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로
2014. 11. 28.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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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매조도梅鳥圖*를 두근거리다 / 최분임
치맛자락에 달라붙는 연둣빛을 털어내고 들어왔습니다.
세월의 말간 걸음걸이 당신의 기별인 듯 이곳은 염두에 두지 말라고 한바탕 퍼붓고 돌아섰습니다. 녹슨 쟁기, 가슴에 고랑을 만드는 기척을 다 북돋워 주지 못했습니다. 땅이 속눈썹을 떨며 일어서는 악착, 봄이라 불러주지 못했습니다.
봄빛 우북한 매조도가 우물물 한 바가지에 꽃잎 몇 띄워 건네는 그 품을 헤아립니다. 한기 끝에 매달린 꽃을 고쳐 눈물 내려놓으라는 당부로 읽습니다. 뒤돌아보는 새 한 마리, 꽃 대신 당신에게 낯선 얼굴이었을 때 분홍에 가까웠던 시간을 묻습니다. 위리안치圍籬安置된 매화나무, 여백의 방향을 결정짓지 않고 가장 먼저 도착합니다.
처마 밑 둥지를 튼 슬픔이 툭 하면 날개를 펴는 통에 매조도 속 나뭇가지, 비어있기 일쑵니다. 털썩 주저앉은 툇마루를 물고 날아가는 새 두 마리, 먼 강진이 깃털처럼 흩날려도 다홍치마 화폭 당신은 끄떡도 않습니다.
뒤돌아보면, 그리움은 그림자조차 거느리지 않고 피는 꽃 아니던가요. 뿌리도 모르고 향기도 없이 왈칵, 쏟아지는 허방 아니던가요.
* 유배 중이던 다산 정약용이 시집간 딸을 위해 부인의 치마폭에 그림과 시를 그린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