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문학상/보훈문예공모

제17회 보훈문예 일반부 우수상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로 2013. 7. 27. 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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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상] 아버지의 귀 / 최희명

 

무엇이 궁금했을까

평생을 갸우뚱하던 아버지

막노동 하루의 끝에서 불사두주 꽃필 때만

펴지고 꺾이던 아버지의 갸우뚱한 고개

쫑긋 세우고도 알아듣지 못하던 세상

肝간보다 일찌감치 경화되어

얼어붙은 청천강 건너 전진하던 운산 어디쯤인가

뙤놈들에 밀려 청천강 되 건너오던 길에선가

폭탄 터져 까맣게 잃어 버린 아버지의 한쪽 귀

전교일등 상장 바짝 내밀며 약속했던 운동화

사달라는 작은 딸년 검정고무신 못 본채

돌아서 걸어가던 아버지의 기우뚱한 빈 어깨

머리맡 물 주전자 얼어붙던 밤 따뜻하던 아버지의 품

사람이 좋아 사람만 보면 술을 권하던 당신의 텅 빈 괴춤

얼근하게 술기 오르면 어김없이 풀어내던 전쟁담

후퇴하는 전선 칼바람 속에서

목숨 걸고 치룬 불꽃 튀긴 백병전

미군들과 전진하며 ‘전우여 잘있거라’를 불렀다는

간경화로 복수 뽑아낼 때쯤 뒤섞여버린 사십년 전설

당신의 에너지, 당신의 명예, 사나이 죽어도 좋을 사랑

전우들 목숨 값어치, 그리하여 반 토막이라도 지켜낸 나라

반 토막이라 더욱 애절한 조국

이제는 내 아들이 눈 푸르게 지키는 아버지의 중부전선

죽기 전에 꼭 한 번은 보고 싶은

하나 된 아버지의 대한민국

 

 

 

 

 

[우수상] 푸른 걸음 / 김형미

- 아들의 군화

 

푸른 시간을 기억하는 군화 한 켤레

씩씩한 걸음을 멈추어

신발장 구석 기운 몸으로 서 있다

 

한 곳으로 방향을 모으기 위해

사방으로 내딛던 발목을 견디느라

고단했을 군화의 목을 어루만져본다

울대 안에 고인 침묵이 또 하나의 그리움인 듯

귀를 대고 걸음의 내력을 들어본다

 

나의 품을 떠나

너의 무릎으로 서던 날부터

꺾일 줄 모르고 넘어지기 몇 번이더냐

질풍노도의 바람에 쏠려 비틀거리다

군장의 무게에 휘청대던 발목

살갗이 벗겨진 통점의 시간들

높은 산 너른 강을 건너

여기까지 왔구나

목이 긴 신발은 진취적이다

 

뼈마디 시린 추위, 거친 자갈길

고단한 행군에도 너를 외면한 적 없는

군화의 기운 몸을 세우고

구두약으로 빛나는 눈빛을 여니

고결한 충정을 쫓던 그 길에

푸른 시간이 돋아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