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회 동대문학상
장원
밤의 놀이공원 / 박민혁
먹구름들이 수두처럼 흘러와 있다 세간에는 역병이 돈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다 모든 것이 정지해 있다 생은 늘 간이역에 있었다 바람이 이따금씩 여러 겹 덧칠된 페인트의 표면으로 둔기를 던진다 녹슨 쇠붙이들이 구슬픈 웃음을 흘렸다 비루먹은 목각벤치들은 개처럼 짖지 않았다 작은 뱃머리에 앉은 피노키오가 코가 떨어져 나간 채 웃고 있다 바닥에 깔린 블록들이 단단한 치아처럼 서로를 붙들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교정니를 한 채 웃던 너는 어디로 갔을까 누군가 강제로 혀를 집어넣으려 했다 나무들의 앙상한 갈빗대 사이로 바람은 쥐떼처럼 오갔고, 허공을 갉아 찬 공기를 쏟아냈다 병(病)은 오랫동안 피리를 불어댄다 어둠처럼 질긴 쉬파리들이 저녁을 덮고, 어린이들의 출현은 기약 없었다 폭죽은 물집에서만 피고름처럼 터졌다 과잉된 겨울 내일은 다시 어린이의 날,
가작
선물 사러가는 날 /심혜인
광화문 교보문고에서는 유독 발이 아프다 |
[심사평]
총 27편의 응모작 중에서 일정한 수준 이상을 갖추고 있는 작품은 ‘명왕성’ 외 3편, ‘머무름표(;)’ 외 2편, ‘밤의 놀이공원’ 외 2편, ‘선물 사러가는 날’ 외 2편 등 4명의 투고작이었다. 이 중 ‘머무름표(;)’ 외 2편은 다소 미숙한 점과 시상이 깊지 못한 점이, ‘명왕성’ 외 3편은 산뜻한 이미지와 언어가 장점임에도 발상이 소박하다는 점이 각각 단점이어서 수상작에서 제외되었다.
‘밤의 놀이공원’은 삶의 부조리를 드러내는 언어의 조합이 뛰어났고, ‘선물 사러가는 날’은 투고작의 수준이 고르며 시적 포에지가 선명한 점이 장점이었다.
그러나 ‘선물 사러가는 날’ 외 2편의 경우 구성이 다소 취약한 점, 이미지가 다소 모호한 점 등의 약점이 있어 당선작은 ‘밤의 놀이공원’이 선정하였다. 다소 언어의 과잉이나 과장이 없지 않으나 가능성이 많은 작품이었다. 수상을 축하하며 더 많은 발전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