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문학상/보훈문예공모
2007년 보훈문에 일반부 최우수상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로
2013. 4. 20.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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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천한 아버지의 군복 / 조명숙
돌아가신 아버지, 늘 말씀하셨다.
사람의 행동은 입고 있는 옷이 만든다고
한평생 군복만 입고 살아온 아버지는
세상 옷, 입자마자 간암으로 돌아가셨다.
전국 해안의 초소를 돌던 아버지의 군복
방안 구석 짭쪼롬한 바다냄새 풍기며 걸려있었다.
식구들 어느 누구도 선뜻 입지도 버리지도 못하였다.
점점 먼지가 쌓여가도, 아버지가 벗어두고 간 영혼 같아서
버리기도 태우기도 어려웠던 아버지의 낡은 군복,
몸을 비운 헐렁한 아버지의 군복은
캄캄한 밤이면 이따금 스님의 승복처럼
신부의 사제복처럼 성스러운 빛을 내뿜곤 했었다.
얼마나 많은 유혹을 이겨온 옷인지.
얼마나 많은 땀을 받아낸 옷인지,
얼마나 많은 총알을 받아낸 옷인지,
어느 누구도 아버지의 낡은 군복에 관심이 없었지만,
늘 함구가 장끼이던 선임하사 아버지처럼
방안 구석 있는 듯 없는 듯 십자가처럼
못 하나에 걸려 있었던 아버지의 군복
어느 날 단단한 못 하나 남겨 놓고
승천(昇天)하고 없는 아버지의 군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