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문학상/보훈문예공모

2004년 보훈문예 일반부 우수상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로 2013. 4. 20.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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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묘지의 아침 / 전외숙

 

대한민국 부산광역시 남구 대연4동 779번지

유월의 아침

유엔 기념공원에 왔습니다

 

어떤 침묵이 이 보다 환할까요

 

이름 모를 들꽃과

내 나라꽃 무궁화

온갖 색깔의 장미꽃들이 어우러져

님들의 무덤가에 피었습니다

 

50여 년 전

칠흑 같은 대한민국의 밤하늘

꿈도 희망도 스러져 가는

이 나라에 님들은 오셨습니다

 

호주․캐나다․프랑스․네덜란드․뉴질랜드․남아프리카공화국․터키․영국․미국․벨지움․콜롬비아․에디오피아․그리스․룩셈부르크․필리핀․태국․노르웨이․덴마크․스웨덴․인도․이태리

 

소중한 그대들의 조국

이름 하나 하나를

가슴속으로 불러 봅니다

 

머언 이국땅에서

자유의 수호신으로

산화하신 님들이시여

 

가슴 시린

이 아름다운 이야기를

이 벅찬 슬픔을

오늘 새삼스럽게 떠 올리려고 하지 않겠습니다

우리는

 

영원히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자유와 평화의 깃발아래

수호한 이 땅

님들의 아름다운 우정의 이름으로 영원히

영원히 빛날 것입니다

 

 

 

 

 

 

 

 

국군묘지에서 / 송미자

 

하사 김영철

병장 송인하

장교 장세기

일병 공재동

..........................

나란히 이마를 맞대고 누워있는 국군묘지

나라 잃고 싸우다가 잠든 영혼들에게

聖品式 하듯이 聖 김영철 聖 송인하 聖 장세기 聖 공재동...

이렇게 이름을 불어주면 안되나,

사실 목숨을 다해 피를 흘리며 죽어간 순교자나

나라를 위해 피를 흘리며 죽어간 전우들이나 무엇이 다를까.

생각하면 내 한 몸 위해서도

나를 모두 바쳐서 살지 못했다.

경각을 앞 다투는 다급한 생명 앞에서

심장을 떼어주듯이 콩팥을 떼어주듯이

장기를 기증하는 사람들처럼

팥 하나, 다리 하나, 눈 하나를

나라를 위해 바치고 온갖 세상의

박해받고 고통받는 상이군인들에게도

聖者 이영수

聖者 김은철

聖者 소철수

聖者 이경철

聖者 손장식

이렇게 가는 곳마다 내미는

주민 등록증에 새겨주면 안되나.

그래서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우르러 보는 성스러운 군인이 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