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보훈문예 일반부 우수상
유엔묘지의 아침 / 전외숙
대한민국 부산광역시 남구 대연4동 779번지
유월의 아침
유엔 기념공원에 왔습니다
어떤 침묵이 이 보다 환할까요
이름 모를 들꽃과
내 나라꽃 무궁화
온갖 색깔의 장미꽃들이 어우러져
님들의 무덤가에 피었습니다
50여 년 전
칠흑 같은 대한민국의 밤하늘
꿈도 희망도 스러져 가는
이 나라에 님들은 오셨습니다
호주․캐나다․프랑스․네덜란드․뉴질랜드․남아프리카공화국․터키․영국․미국․벨지움․콜롬비아․에디오피아․그리스․룩셈부르크․필리핀․태국․노르웨이․덴마크․스웨덴․인도․이태리
소중한 그대들의 조국
이름 하나 하나를
가슴속으로 불러 봅니다
머언 이국땅에서
자유의 수호신으로
산화하신 님들이시여
가슴 시린
이 아름다운 이야기를
이 벅찬 슬픔을
오늘 새삼스럽게 떠 올리려고 하지 않겠습니다
우리는
영원히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자유와 평화의 깃발아래
수호한 이 땅
님들의 아름다운 우정의 이름으로 영원히
영원히 빛날 것입니다
국군묘지에서 / 송미자
하사 김영철
병장 송인하
장교 장세기
일병 공재동
..........................
나란히 이마를 맞대고 누워있는 국군묘지
나라 잃고 싸우다가 잠든 영혼들에게
聖品式 하듯이 聖 김영철 聖 송인하 聖 장세기 聖 공재동...
이렇게 이름을 불어주면 안되나,
사실 목숨을 다해 피를 흘리며 죽어간 순교자나
나라를 위해 피를 흘리며 죽어간 전우들이나 무엇이 다를까.
생각하면 내 한 몸 위해서도
나를 모두 바쳐서 살지 못했다.
경각을 앞 다투는 다급한 생명 앞에서
심장을 떼어주듯이 콩팥을 떼어주듯이
장기를 기증하는 사람들처럼
팥 하나, 다리 하나, 눈 하나를
나라를 위해 바치고 온갖 세상의
박해받고 고통받는 상이군인들에게도
聖者 이영수
聖者 김은철
聖者 소철수
聖者 이경철
聖者 손장식
이렇게 가는 곳마다 내미는
주민 등록증에 새겨주면 안되나.
그래서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우르러 보는 성스러운 군인이 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