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로 2012. 9. 18.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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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돌골의 傳說 / 김영관

 

선돌골에는 배 터가 있었다 한다.
아무리 둘러 봐도 배 다닐 만한 물이 없는데
선돌골에는 천년 전 배를 맸다는 선돌이 있다.
아득한 날 대강(帶江)과 임면(臨面)을 오가던 목선은
임금에게 진상할 찹쌀을 실어 날랐다 하고
때로는 넓은 강폭을 한 번에 날지 못해
힘 약한 물새들이 임면을 눈앞에 두고
솜털처럼 스미듯 잠기웠다 한다.
오늘 선돌골에는 배 터만 있고 강물은 없다.
팔목만한 동아줄이 묶였을 선돌 구멍에는
농가에서 쫓겨난 제비가 집을 쳤다.
千年의 시간만큼 뒷걸음 쳤던 섬진강은
아낙네가 치맛자락을 올리면 건널 만큼
저만치 비껴 흐르고 하루에도 몇 번씩 강 넘어
이 논에서 저 논으로 참새 떼가 몰려다닌다.
허리 굽혀 무릎 물에 다슬기 줍던 처녀는
강 건너 자동차 바퀴 만드는 고장엘 다니고
외지의 강태공들은 삼삼오오 奇形魚를 낚는다.

오늘도 선돌골에는 뭍에 배가 들기를 기다리며
千年전 선돌이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