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제1회 민중문학 신인상 시 부문 당선작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로 2012. 4. 3. 12:57
728x90

 

 

 

나는 아픈 부위를 수정했다 / 정지윤

                                               

크레인 밑을 지나 사랑니를 빼러 간다

높은 것들은 먼발치에서 팽팽하다

 

썩은 이를 빼내기 위해

멀쩡한 이를 빼내야 할 때

사과를 씹으며 벗어 던지던 모자들을 떠올린다

 

수평에서 수직으로 나는

아픈 부위를 수정했다

하지만 쉽사리 꺾이지 않던 마음의 각

빤히 보이는 벽은 투명해 틈이 없다

 

마취가 끝난 거대한 잇몸

사랑니를 빼고서 나는

다시는 채울 수 없는 빈자리를 혀로 더듬는다

나는 빈자리를 혀로 밀어내듯

썩은 이를 입 밖으로 밀어내고 싶다

타워크레인은 닿을 수 없는

높이를 향해 솟구쳐 오르고

나는 혀에 걸리는 바람마저 불편하다

 

비가 내리고 크레인이 깎아내린

수직의 낭떠러지는 끝이 보이지 않아

먼발치가 오히려 가깝다

 

그래 움직여야 할 통증의 순간,

피할 수 없는 발치의 순간은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