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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민중문학 신인상 시 부문 당선작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로
2012. 4. 3.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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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픈 부위를 수정했다 / 정지윤
크레인 밑을 지나 사랑니를 빼러 간다
높은 것들은 먼발치에서 팽팽하다
썩은 이를 빼내기 위해
멀쩡한 이를 빼내야 할 때
사과를 씹으며 벗어 던지던 모자들을 떠올린다
수평에서 수직으로 나는
아픈 부위를 수정했다
하지만 쉽사리 꺾이지 않던 마음의 각
빤히 보이는 벽은 투명해 틈이 없다
마취가 끝난 거대한 잇몸
사랑니를 빼고서 나는
다시는 채울 수 없는 빈자리를 혀로 더듬는다
나는 빈자리를 혀로 밀어내듯
썩은 이를 입 밖으로 밀어내고 싶다
타워크레인은 닿을 수 없는
높이를 향해 솟구쳐 오르고
나는 혀에 걸리는 바람마저 불편하다
비가 내리고 크레인이 깎아내린
수직의 낭떠러지는 끝이 보이지 않아
먼발치가 오히려 가깝다
그래 움직여야 할 통증의 순간,
피할 수 없는 발치의 순간은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