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문학상/랭보문학상
제1회 랭보문학상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로
2011. 10. 2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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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은 빨리고 있다 / 백현국
골목시장, 어린것이 소걸음이다
길을 재촉하는 어미의 성화를 귓전으로 흘리며
솜사탕의 단맛에 푹 빠져 있다
축축한 슬픔을 눈에 달고 빨아대는
저 치명적인 단맛에
무진장 휘둘리는 혓바닥을 보라
솜사탕이 빨리고, 손가락이 빨리고
마침내 골목시장까지 쭉-쭉 빨아대고 있다
젊은 어미는 짜증난 얼굴이다
손목을 낚아채고 종종 걸음이다
어미의 손목 끝에 걸려 유영하는 어린것
이제 입에 남은 것은
닳고 닳은 단맛의 추억뿐
순간, 어린것은 곧장
슬픔의 흔적을 단맛으로 변화 시킨다
혓바닥을 내밀어 쭉, 쭉,
눈물, 콧물까지 빨고, 또 빨고 있다
슬픔도 빨다보면 단맛이 된다는 것을
대번에 깨닫는 저 어린것,
계간 <시인시각> 2008 .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