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문학상/시마을문학상

제2회 시마을문학상 수상작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로 2011. 7. 31.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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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팽히 돌던 일상이 깨지다 / 달수니
- 팽이와 한 남자

한낮,
가로수 옆에 오십대로 보이는 한 남자가 쓰러져 있다
양파껍질처럼 몸에서 빠져 나온 구두 한 짝 만이
주인의 대변인 마냥 이따금 툭 툭,쏘아대는 세상의 눈들을
흘기며 투덜댄다. 저 햇살은 정말 지독하군,
남자는 지난 밤 중심을 잃고 쓰러진 팽이다,
빛을 등지고 돌아누운 저 등허리
팽팽한 긴장으로 돌던 관성의 흔적이
꾸깃해진 옷자락에서 여지없이 드러나고 있다
얼핏 드러나는 목 줄기의 터져 나올 것 같은 굵은 실밥과
구멍 난 양말사이를 비집고 나온 문드러진 발톱은  
그가 맞은 매의 이력이다  간당간당
남자의 손끝은 가로수의 뿌리에 닿아 있다.

그도 한때 신명나게 돌았을 것이다,
쉼 없이 이 땅에  뿌리를 내리고자 일년을 하루같이
시계바늘의 꽁무니를 쫒아 정신없이 돌았을 것이다
탯줄을 끊고 나와  이 땅에 휙 던져지며 울음 울던  
그날 이 후부터 그는 얼마나 많은 날들을 쓰러지고
다시 일어섰을까  돌고, 돌고, 또 돌았지만  지금 그를
안스럽게  쳐다보는  가로수처럼 근사한 뿌리한번
내리지 못하고 여기 쓰러져 있는 것이다  이제 누가,무엇이,
그를 일으켜 세울 것인가  아니,
어떤 힘으로 그는 다시 일어나 돌수 있을 것인가
지친 그도 딱 한번만 더,돌고 싶을 게다,
평생을 돌고 돌아야 하는  팽이의 생애가 그러하므로
궹한 마음 접으며 발걸음을 돌리려다 문득 하늘을 보니
뜨거운 팽이 하나, 헉헉 거리며 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