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문학상/신라문학대상

제10회 신라문학대상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로 2011. 7. 24. 22:01
728x90

 

 

부처바위 / 김일용

마을 앞 아기봉처럼 버티고 선 미륵불
그 바위를 부처방구라 했다.
누구의 짓인지 칼로 자른 듯
목이 떨어져 나가고 내 마음
모자이크병을 앓게 한다.
상흔으로 남아 있는 막새기와 조각들
도롱이 같은 이끼를 입은 부처는 말이 없다.
토기를 닮은 마을 사람들
맑고 흐린 날, 작고 큰 일을 가리지 않고
그 앞에서 무명빛 기도를 올렸다.
쌀 몇 되박, 십리길을 달려가서
고무신 한 켤레도 아까운 사람들이 장을 봤다
그날 만은 무쇠솥도 만복감에 피이익 피익
팔자 늘어지는 소리를 했다.
군불솥에 목욕재계, 머릿닭이 훼를 치면
사박사박 고양이 걸음을 걸었다.
촛불 켜고 향을 사루는 익숙한 솜시
<효험 있는 부처님네요.....>로 시작되는 어머니의 주문
오금 붙은 칼날바람도 혀를 돌렸다.

 

 

 

 

하회마을에서

수레바퀴 河回
나는 어디로 돌아가다
여기에 발을 딛는가

종갓집 처마끝으로
고분 같은 달이 솟아오르고
쩌렁쩌렁 사랑채 큰 기침소리
용마루도 흔들거렸다.

금방이라도 격자문이 열리고
대청마루에 어른거리는 흰 두루막
일생을 먹을 갈며
해서체로 꼿꼿하신 아버지
이마가 푸른 선비

강 언덕 쌀밥 같은 우리의 꽃
계절따라 피어나고
등굽은 느티나무들 모로 누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