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산림문화작품공모전
대상
老 산간수의 고백 / 박승수
박 군!
내가 처음 이곳에 들어설 때 산은
온통 붉은 속살을 드러낸 알몸이었다네
그 때는 보릿고개를 넘기기 위해
생나무 껍질을 벗기고 풀뿌리를 캐야 했지
그런 시절에 나는 산림보호 서기보였고
산림보호담당 구역은 성수면1)이었네
나는 브리지스톤2)을 타고 다니며 주로
나무를 심고 산림보호 순산(巡山)을 했다네
그리고 틈틈이 이 동네 저 동네를 기웃거리며
청솔가지나 낙엽을 뒤지는 일도 많이 했지
그 때는 석양에 초가집 굴뚝에서
뿜어내는 연기 색깔만 보고도
무엇을 아궁이에 몰아넣고 있는지 다 알았지
참 대단했네!
동네사람들이 나를 김 주사 님 김 주사 님 했으니까
그뿐인가 그 시절에 브리지스톤을 타고 다녔으니
어떻겠나?
동네 처녀들한테 왕자였지! 왕자 그런데
불법임산연료 채취 단속은 군정(郡政) 추진에
이용되기도 했던 것 같애
아궁이 개량, 퇴비증산, 피살이, 신작로부역, 사방사업 등
군정실적이 좋지 않은 지역을 더 뒤졌으니깐 말야
왕자였던 나에게 첫 사랑은 쓴잔을 안겨주었다네
나의 첫 사랑! 그녀는 나에게
봄에는 제비꽃, 여름에는 쪽동백, 가을에는 석류알,
겨울에는 눈꽃처럼 눈부신 존재였었어
그런 그녀가!
어느 집 골방에서 청솔가지 한 다발 뒤져낸 것을 보고
독한 사람이라며 결별을 선언했네, 그리고 떠나 버렸지
사나이란 사랑 앞에 아무 것도 아니란 걸 그 때 알았네
황토바람이 이는 비탈길을 제 몸 돌보지 않고
마냥 헤집고 돌아다니며 밤낮없이 울먹였지
국토녹화!
그것은 보릿고개 시절에 우리가 맡은 고약한 역할이었지
그것이 밑거름이 되어 숲은 저렇듯 짙푸른 것일까 ?
첫 사랑 그녀! 이제 그 시절
산간수의 고약한 역할을, 그 독한 마음을 이해할까 ?
다시 태어나 첫사랑을 황토바닥에 묻어야 할지라도
나는 산간수이기를 거부하지 않겠네
저 숲 자네가 지켜주게
1) 필자의 고향 전북 임실군 성수면
2) 우리 산림자원을 수탈해간 왜로부터 청구권자금으로 들여온 산림보호용 오토바이
최우수상
산행 / 이명식
문득 산에 가고 싶었다
언제나 눈에 들어와 있는 평범한 산이지만
오늘은 여느 날과 달리 그 산이 그리웠다
일요일이라고 맘 풀어놓고 늦잠 자고있는 아이들을
툭툭 건드려 곧은 나무로 일으켜 세웠다
이슬을 털며 산으로 들어가는 초입까지는
여러 가지 기대로 가슴이 울렁였다
장승처럼 서있는 늙은 소나무에게
우리의 이름과 주소, 산을 다녀간 횟수, 산에 가는 목적을 말하고
화기엄금! 가지고 온 짐 검사를 마친 뒤
산짐승들이 다니던 길에 발자국을 포개며 산으로 들어갔다
활엽수가 엉켜 차일(遮日)이 쳐있는 사이를 비집고
영롱한 아침햇살이 들어온다
휘파람소리! 때맞추어 나무들은 숨구멍으로 일제히 산소를 내뿜는다
우리들의 입이 벌어진다. 노폐물과 산소가 교차하는 사이
나무마다 제 이름을 단 독특한 향기들이 입안으로 쭉 빨려 들어오고
그 맛을 가늠하기 위하여 옹달샘 물로 입가심한다
다람쥐, 산토끼, 고라니, 산 꿩이 짝짝 박수를 치며 우리들을 맞이하고
억새꽃, 구절초, 산국(山菊)에게 혼(魂)을 빼앗겨 세상일을 까마득히 잊고 말았다
산은 한바탕 손님을 치른다 땀이 흥건하게 배이도록......
누가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아이들이 한마디씩 한다
"아! 좋다"
"산에 오기를 백 번, 천 번이나 잘했어"
우리 모두는 웃었다
그때 산도 웃음 못 참고 살랑살랑 엉덩이를 흔든다
우수상
광릉 숲 단상 / 박재현
따스한 봄날
광릉 숲엔 불그레 얼레지가 피고요
샛노란 복수초도 피고요
솔숲에선 내 발자국 소리에 놀란 백로가
솜보다 하얀 날개를 퍼덕이며 날고요
잣나무 꼭대기엔 쉿쉿 청설모가 날 보며
반갑다고 꼬리를 흔들어요
잣나무는 소나무는 바람 따라 휘청대며
몸을 부딪고 사랑을 나누지요
바람은 너무도 정겨운 중매쟁이랍니다
소나무도 짝을 지어 주고 전나무도 짝을 찾아 주고
숲에는 우리의 미래가 있어요
숲에는 우리의 희망이 있어요
크낙새가 돌아오면
광릉 숲엔 행복이 넘칠 거예요
장려상
메아리 / 오태봉
너를 향해 외친다.
산아!
그러면 너는
감미로운 사랑의 시로
내게 돌아온다.
너를 향해 외친다.
산아!
그러면 너는
그 여름 시원한 바람처럼
내게 돌아온다.
너를 향해 외친다.
산아!
그러면 너는
곱게 물든 가을단풍 그림처럼
내게 돌아온다.
너를 향해 외친다.
산아!
그러면 너는
유년시절 그 포근한 어머니 품처럼
내게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