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문학상/시흥문학상
제3회 시흥문학상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로
2011. 6. 22.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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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
대 상 |
강연복 |
나무, 비탈길이 되다 |
울산광역시 |
금 상 |
이희섭 |
고춧대 |
안양시 | |
은 상 |
김영은 |
호 소 |
부산광역시 | |
동 상 |
이상미 |
회 귀 |
서울특별시 |
나무, 비탈길이 되다 / 강연복
오래된 나무가 누웠다
숲 속 자그마한 길을 가로질러 길게 누웠다
그러자 바람은 사나운 본색을 감추더니 슬그머니 사라졌다
한번쯤은 편안하게도 보이는
슬프거나 그립게 누운 나무의 마른 등 위로
눈먼 새들이 밟고 다녔다
기억처럼 각인되던 발자국은
젖어가고 녹아가고 굳어가더니
급기야 쩌억 갈라진 마른 등에 검은 채찍자국을 새겨넣었다
황사 바람처럼 매운 채찍자국
지친 나무는 마지막 숨을 고르고 있었을까
거름처럼 햇볕이 내려앉고
생각의 주름을 달고 있는 벌레 하나가
열심히 흙을 부추겼지만
나무는 끝내 잎을 피우지 못하였다
아, 썩은 물도 빨아올리지 못하는 뿌리
푸른 이끼들만 잠을 자는 고독한 껍질이 나무가 아니듯이
잎을 피우지 못하는 나무는 더 이상 나무가 아니지 않는가!
나무, 비탈길이 되었다 서서히 차가워졌다
지난날 길목에 누워있는 너를 무수히 밟고 다녔었다
앙상하게 굳어가는 너를 무심히 바라보았었다
이제 후미진 골목 곳곳에 비탈길 너가 눕고 있다
얇은 발목이 욱씬거려 오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너의 시선 너머로
후드득, 쓴 기억같은 새 한마리 날아오르고
비스듬히 누워가는 나는 더 이상 나무가 아닌 듯
눈 먼 다람쥐가 징검다리 삼아 밟고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