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문학상/시흥문학상
제2회 시흥문학상 대상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로
2011. 6. 22.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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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모니카 / 이혜순
그 집에는 여러 개의 쪽방이 있다.
밤마다 살아온 내력만한
소리들이 산다
오래 전 논두렁에 두고 온
꿈을 그리는 취기소리와
고장 난 기계처럼 쿨럭이는 기침소리와
공사판을 떠돌다 휘어진
뼈마디 앓는 소리들이 끊이지 않는다
세상을 향해 투쟁가를 부르듯
소리들은 밤마다 목청을 높인다
지칠 줄 모르는 높고 낮은 음들을
쉼 없이 쏟아내며
집안 가득 음표들을 채운다
문틈으로 흘러나온 음표들은
밤새도록 동네를 떠돈다
시위대처럼 골목골목을 누비며
닫혀진 사람들의 귓속을 파고든다
오래도록 사람들 가슴속에서
잠들어 있던 빛을 깨운다
어둠을 밀어내며 아침이 오고
소리들은 다시 버려두었던 꿈들을 찾아서
햇빛 속으로 흘러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