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백일장/혜산 박두진 전국백일장

제5회 혜산 박두진 전국백일장 장원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로 2011. 6. 20.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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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의자 / 윤정희

-사랑- 


앵두나무 겨드랑이 밑으로

낡고 찢겨진 가죽의자

바람이 대문을 활짝 열고 들어서면

당신은 늘 그 자리에 앉아

삶에 무게 담배연기로

덜어내시곤 하셨다

때로는 하얀 꽃잎 바라보시며

눈가 잔가지에 열매를 맺고

계절이 당신 몸속에서 늙어져

나무껍질 속 묵은 시간들이

이랑을 만들어 추억을 심고

밤새 내린 이슬로 타 들어가는

영혼

당신은 조금씩 먼지바람으로

이승과 저승을 밤새도록 넘나듭니다

곰삭은 사랑 먼 산 어깨너머로

붉게 물들여 옅어지던 그날

하늘은 수없이 별들을 토해만 냅니다

찢겨진 낡은 자리엔

하얀 꽃잎이 내려 당신의

온기를 덮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