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문학상/김달진창원문학상

제3회 김달진 창원문학상 / 박형권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로 2011. 3. 11.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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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두커니 / 박형권

 

 

겨울 상추 좀 먹어야겠다고 지푸라기를 덮어 둔 산 아래 밭에

상추 어루만지러 어머니 가시고

빵 딸기우유 사서 뒤따라 어머니 밟으신 길 어루만지며 가는데

농부 하나 밭둑에 우두커니 서 있다

아무것도 없는 밭 하염없이 보고 있다

머리 위로 까치 지나가다 똥을 싸 갈겨도 혹시 가슴에 깻잎 심어두어서

까치 똥 반가이 거두는 것인지

피하지 않는다

무얼 보고 있는 것일까

누굴 기다리는 것일까

아무것도 없는 밭에서 서 있을 줄 알아야 농부인 것일까

내가 어머니에게 빵 우유 드리면서 손 한번 지그시 어루만지는 것처럼

그도 뭔가 어루만지고 있긴 한데

통 모르겠다

뭐 어쨌거나

달이 지구를 어루만지듯 우주가 허공을 어루만지듯

그것을 내가 볼 수 없듯이

뭘 어루만지고 있다

가만히 서 있는 것이 어루만지는 경지라면

나도 내 마음 속에 든 사람 꺼내지 않고 그냥 그대로 두고

서 있고 싶다

그냥 멀찍이 서서 겨울 밭처럼 비워질 때까지 그 사람의 배경이 되는 것으로

나를 어루만지고 싶다

앞으로는

참을 수 없이 그대를 어루만지고 싶으면

어떤 길을 걷다가도 길 가운데 사뭇 서야겠다

상추 한 아름 받쳐 들고 내려오며 보니 마른 풀도 사철나무도 농협창고도

지그시 지그시 오래 서 있었다

 

 

 

 

우두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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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회 김달진 문학상 수상자가 선정됐다.

 

창원시김달진문학관은 제21회 김달진문학상 가운데 제6회 지역문학상에 김연동 <시간의 흔적>(고요아침·2010), 3회 창원문학상에 박형권 <우두커니>(실천문학사·2009), 5회 젊은시인상에 손택수 <나무의 수사학>(실천문학사·2010), 5회 젊은 평론가상에 전도현 <시간의 형상>(서정시학사·2010)을 각각 선정해 수상자로 뽑았다고 22일 밝혔다.

 

이에 앞서 제21회 김달진문학상 수상자 중 시부문에는 홍신선 <우연을 점찍다>(문학과지성사·2009), 평론부문에는 홍용희 <현대시의 정신과 감각>(천년의 시작·2010)을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내달 4, 5일 이틀간 창원시 진해구시민회관 및 창원시김달진 문학관, 진해구 속천거제 간 배 위에서 열리는 제15회 김달진문학제 기념행사에서 상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