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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모래톱에서 정착을 꿈꾸다 / 문영길

 

개어귀 떠밀려온 물결이

제 힘으로 피난처 만드는 게

흥미롭던 철새가

희망 한 포기 물고와

모래톱에 심었다

 

모래알 같은 다짐으로

쌓이는 내일이

때를 준비하는 기착지에서

처음의 의미로 나붓이 눕히던

정착을 망설이던 눈빛

안식의 모래톱에서

단단해지는 결심이 되었다

 

도요등 모래섬은

바닷바람도, 파도도

철새도, 노을도

잠시 머물렀다 갈 뿐

주인 되는 걸 허락하지 않는

무소유의 터였다

 

아미산 벼룻길 내달린

시선 끝에서

모래톱 쌓고 허물길 다반사

불완전한 현재를

다시 설계하는 꾀꾀로

선착순의 꿈들을 들여다본다.

 

 

 

 

[최우수상] 대티고개 어머니 / 윤상용

 

바람아, 니그 집 아버지, 사람살이 버무려

간밤 짭조름한 세월 한 잔을 마셨고

고개 숙여 새끼들 한 놈, 두 놈, 쓰다듬던 새벽.

곱디고운 어머니 회화나무 핀 대티고개 넘어

절영도 대평동 골목창까지

재첩국을 팔러 가셨다.

한 그릇, 슬픔이 다 무엇이냐

묻지 마이소.

울아버지 속 달래줄 부추빛 슬픔 썰어

둥둥 띄운 환희의 국물 한 사발

재치국 사이소, 재치국 사이소!

무심하게 너를 업고 오르시던 고갯길 어머니의 노래.

하얗게 등을 세운 쌍봉낙타들.

그렇게 가막조개 잡아

한 솥, 숙명을 바글바글 끓여 쪽머리에 이고

그 마르고 구부러지던 사막을 걸어가서

작은 사랑 한 양동이 울어예던 솔티고개 어머니.

통통통 물애기 데리고

사하의 바다로 건너가셨다.

 

 

 

 

[우수상] 이름 얻은 산 / 박민정

 

이름 없는 산은

아무도 불러주지 않았어

가끔 새들이 찾아와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들려주고

이름 없는 산만 외롭게 남겨둔 채 날아가 버렸지

 

학이 되면 좋겠어요

한 마리 학이 되어서 훨훨 하늘을 날면 좋겠어요

이름 없는 산은 새들이 부러워 매일매일 기도를 했지

 

고려 때 이름 없는 산에 무학대사가 찾아왔어

이름 없는 산이 안타까운 무학대사는

학이 나는 것 같다며 승학산이라고 이름을 주었어

그 때부터 사람들은 이름 없는 산을 승학산이라고 불렀어

 

승학산은 이름이 불릴 때마다

신이 나서 날개를 폈어

한 마리 학이 되어

사람들 가슴 속으로 훨훨 날아들었어.

 

 

 

[가작] 초승달의 마무리 / 윤상근

- 을숙도 생태관에서

 

거먕빛 동여맨 철새

에도는 갈밭에서

한바탕 군무를 추며

비상하는 큰고니들

을숙도

너름새에 맞추어

완성한 저 풍경화.

 

어빡자빡 갈마들어

들레는 하굿둑에

짬짜미

환호성 넣어

그려내는 학춤 폭에

초승달,

꽁지깃 살짝 들고

마무리 낙관 찍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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